2009.12.31 - 2010.01.01
2009년의 마지막 날을 방콕에서 보내기 위해 코사무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돌아왔다.
방콕은 처음인데다 단 하루의 여행이었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카오산 로드에 꼭 가보고 싶었기에 숙소는 카오산 로드에 위치한 람푸하우스로 결정. 피크 시즌이었지만 한달 전에 예약한 덕분인지 항상 예약이 꽉 찬다는 람푸하우스의 깨끗한 2인용룸으로 잡을 수 있었다. 룸 내부에 위치한 화장실도 깨끗하고 1층에 있는 라운지도 괜찮고 (간단한 식사나 음료를 먹을 수 있음) 고양이가 살금살금 걸어다니는 마당도 맘에 들고 전반적으로 만족 :)
내가 잡은 룸은 A/C Superior Double : 710B (25,114원 - 2009년 환율로)
http://www.lamphuhouse.com



숙소에 짐을 풀고 카오산 로드로 나와 천천히 구경하며 걷기 시작했다. 2009년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길은 온통 장식들로 펄럭이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바쁘게 지나갔다. 사실 난 조금 실망하고 말았다. 카오산 로드에 대한 많은 책들은 보며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길은 차들로 꽉 차있고 기대만큼 특별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 서서히 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거리는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뀌었다! 길은 온통 붉은색 조명으로 뒤덮였고, 낮에 바삐 걸어가던 여행자들은 모두 여유로운 표정으로 길가에 있는 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웃고 떠들고 있었다. 빨간색 조명 때문인지 몽롱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고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기분 업! 밤 12시가 되자 하늘에선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카오산 로드에선 옆 사람에게 Happy New Year! 를 외치며 웃음과 포옹의 행렬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새해를 이렇게 맞는 것도 꽤 괜찮구나 싶다. 적어도 밖엔 춥고 사람 많다며 방안에 틀어박혀 TV앞에서 여러 시상식 프로그램을 돌려보는 것보단 백만배 정도.
낮의 카오산로드
밤의 카오산 로드

2009년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2010년 1월 1일이 되었다. 새해를 시작하는 날이니만큼 어딘가 의미있는 곳을 가고 싶어 찾은 곳은 카오산 로드에서 도보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왓포 사원. 새해 첫날이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줄을 지어 사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다들 새해 소망을 빌러 왔나 보다. 날씨가 꽤 흐렸는데 덕분에 화려한 사원의 모습이 어두운 하늘과 대비되어 사진은 더욱 환상적으로 나왔다. 사원을 둘러보는 중간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오렌지색 승려복을 입으신 스님들이 색색깔 우산을 든 모습이 뭔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북적이는 태국 사람들에 섞여 나도 마치 이 곳에 사는 사람인냥 조용히 왓포 사원에서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이 녀석. 하얀색 벽에 너무 잘 어울렸던 녀석은 올듯 말듯 살금살금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배를 깔고 척하니 누워서 사진찍는 나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그 도도한 눈빛이 참 매력적이더라.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비행기 안에서 본 달은 참 차갑게 예뻤다. 이제 2010년의 시작이구나 싶은 마음에 달을 보고 혼자 속으로 조용히 소망을 빌었다.
'부디 2010년엔 더 많은 곳으로 좋은 여행을 할 수 있기를'

All photos by Anny http://www.travelro.co.kr/route/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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